죽음_베르나르 베르베르
: 이생과 죽음, 영혼이 된 이들이 전해주는 사후의 이야기
<분야/필체>
SF 장편소설
쉬움-어려움
(★☆☆☆☆)
<한 줄 요약>
유명 소설 작가인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의 죽음
가브리엘의 영혼은 영혼과 소통하는 뤼시와 함께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나선다.
<주관적인 명대사>
• 멈추는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죽음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과 연결짓고 출생은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정반대야.
죽음은 우리를 모든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해 주는 거니까.
우리는 순수한 영혼이 되지.
• 이 육신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
산자들에게 소리쳐 경고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정신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정신이다.>
• 독자는 둘만 있어도 생각이 다른 법이다, 하나가 재미있다고
하면 다른 하나는 따분해한다, 이게 게임의 법칙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이에요.
- 『죽음 1권』 중에서
출처: 베르나르 베르베르. 2019. 죽음1, 열린책들. P.212, 232, 233, 265,
•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부닥뜨려 봐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러 봐야 고칠 수 있는 거예요.
• 단시간에 변혁을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작은 변화와 성과를 소중히 여겨요.
• 소설은 독자에게 자기만의 이미지를 창조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줘요.
- 『죽음2』 중에서
출처: 베르나르 베르베르. 2019. 죽음2, 열린책들.
<주관적인 감상평>
1. 사후 세계와 추리소설
‘죽음’ 작품은 한국에서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리뷰에 어떤 것을 담으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유명한 작품인 만큼 깊은 사고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책을 다시 읽는 것을 꽤 반복했다. 작품은 유명한 소설가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가 ‘죽은 후’로 시작되어, 그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이생과 저승의 연결자 뤼시가 도움을 주는데, 후에는 죽었다고 생각한 뤼시의 남자친구 수사를 가브리엘이, 가브리엘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뤼시가 맡아서 하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이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보니 SF소설이지만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추리소설 같다는 생각과 별개로 그의 작품 중에 가장 ‘판타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존 인물의 등장인데, 코난 도일, 나폴레옹, 헤디 라마, 토마스 에디슨과 같이 이생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영혼이 작품에서 나타난다. 책 밖에서 존재하는 실존 인물들의 생각을 만들어 적었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판타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2. 죽음과 소유
죽음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막연한 두려움이다. 이 공포는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감정으로, 이것은 가보지도 보지도 못한 미 경험에서 오는 두려움과 더 이상 실존할 수 없다는, 말 그대로 우리가 말하는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작가는 ‘죽음’을 아주 자연스럽고 별일(?)이 아닌,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보다 가벼운 존재로 표현한다. 그리고 죽어서 영혼이 된 이들과 살아있는 이들간의 차이를 ‘육신의 여부’와 ‘육체를 통한 물체의 접촉’ 정도로만 보여줬다. 여전히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들이 틀어 놓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살아 있는 이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질병, 노동, 돈 등으로부터 자유로움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죽음의 장점을 어필하는 재미있는 내용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죽음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과 연결 짓고 출생은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정반대야. 죽음은 우리를 모든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해 주는 거니까. 우리는 순수한 영혼이 되지.’ (P.232)
- 『죽음 1권』 중에서
그렇게 작가는 ‘죽음’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죽음이 두렵지 않거나 죽음 이후에 대한 세계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처럼 내가 죽음을 부정적인 것, 출생은 긍정적으로만 여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렵고 부정적인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든 생을 이어 나가려고 하고, 살아남기 위해 ‘육체로 닿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체를 가지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우리가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생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지금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그 삶을 위한 물체’때문에 많은 영혼들이 이생을 떠나고,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다.
‘이 육신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
산자들에게 소리쳐 경고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정신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정신이다.>’(P.265)
- 『죽음1』 중에서
불안과 걱정이 바람처럼 쉽게 찾아오지만, 나는 지금 현 삶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 흘러가는 대로, 노력하되 지금 가진 것의 가치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 이데올로기와 체제에 나를 맞추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아둥바둥거려야 할 까’, ‘물체에 대한 소유가 마음을 갉아 먹을 만큼 중요한 걸까’ 하는.
3.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리고 작가의 대변인 ‘에드몽 웰즈’가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에드몽은 이 책에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저자로 등장하는데, 이 백과사전에는 사후세계, 영혼, 연금술 등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들을 담고있다. 작품에서 이 백과사전은 소설 중간중간 페이지를 따로 분리하여 적혀있으며, 내용들이 모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몰랐던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있었다. 예를 들어, 셜록홈즈의 저자 코난 도일이 연금술에 빠졌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미묘하게 스토리에서 던지는 메시지와 연결된 내용을 중간중간에 담아주고 있어서 사전의 작품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4. 인간의 수명에 대한 저자의 생각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 그의 관심사가 이번 작품에도 반영되었다. 그의 작품 ‘잠’에서 다룬 역설수면과 수면을 통한 대화라던지, 그의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인간을 포함하여)과 다르게 영혼들을 인지하는 특별한 존재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다른 작품 비교해서 봤을 때, ‘죽음’에는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수명 혹은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생각이 깃들어져 있다. 작품에서 가브리엘은 사람이 아닌 이승의 인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그 이유는 가브리엘의 소설 ‘천 살 인간’의 출간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가 출간하기로 했던 ‘천 살 인간’에는 여러 방법으로 암, 노화 등에서 벗어나 인간이 죽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그의 상상력과 그를 따르는 많은 독자들이 인류의 죽음을 막을 것을 두려워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인데, 여기서 작가 베르나르의 생각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으면 하는 수 없이 <상쇄>를 해야 하네. 세계 대전과 전염병, 지진이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야. 그래야 지나치게 높아진 인간 군집의 밀도를 낮춰 듬성듬성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으니까.”
(중략)
“인류와 인구가 직면한 최대 위험이 인구 과잉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건 여기 있는 우리뿐인 것 같네. 자네는 그저 소설을 쓴다고 생각해서 인구 과잉을 가속화시킬 방법을 제안했던 거야!”
- 『죽음2』 중에서
기술의 발전(작품에서 다루는 AI, 기계의 발달 등)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오랜 수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 수명이 더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인구 증가로 인해 인간 이외의 것들이 모두 파괴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우리인 것마냥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며 더 오래살고 싶다는 욕망을 채우고 있다. 그런 지금 현 우리의 모습에 작가는 말한다. 늘어난 수명을 넘어 인류가 죽지 않게 된다면 안 된다, 인간의 삶은 그 적정선을 지켜야한다. 그리고 이런 작가의 생각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이 죽지 않는다, 죽고 싶지 않은 모두의 마음대로 이와 관련된 기술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다른 이들처럼 가능하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연장된 인간의 삶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을 죽여야해-하는 입장은 아니다. 단지, 우리 인류는 욕심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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