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_하야마 아마리
: 자살까지 앞으로 1년
<분야/필체>
에세이
쉬움-어려움
(★☆☆☆☆)
<한 줄 요약본>
삶을 끝내기 전, 꿈에 그리던 라스베가스를 그녀의 마지막 장소로 결정한다.
그 시간까지 앞으로 1년, 절망적인 이전의 삶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29살의 에세이
<주관적인 명대사>
•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아이가 있었다.
뭔가를 아주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는 그런 아이.
• 사회에 나가서야 비로소 학교 때는 보이지 않던 ‘의지의 인간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 막연한 생각만으로 공부를 했던 나에게 그런 가슴 떨리는
꿈 따위는 전혀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것도 아주 큰문제.
- 『’하고 싶은게 없다’는 죄』 중에서
• ‘나란 인간, 과연 살 가치가 있는 걸까?’
순식간에 나라는 존재가 너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아무에게도 도움 되지 않고 누구한테도 필요하지 않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 『인생의 정점을 향한 죽음의 카운트다운』 중에서
• “평생 이 일을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면
그건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거야.”
•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중략)
‘그 다음’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중에서
출처: 하야마 아마리. 2012.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예담.
<주관적인 느낀점>
1) 1년 후의 죽음을 약속하는 시한부 인생
작가 하야마 아마리는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으로, 목표가 없는 삶을 보낸다. 적당히 남들을 따라 학교를 진학하고, 좋아하진 않지만 미래가 보장된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적당히 일하다 그와의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삶을 산다. 하지만 이미 자신을 도피처로 여기기만 하는 작가에게 남자친구는 이별을 고하고, 가족의 아픔, 계약직으로 불투명한 미래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렇게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안 그래도 의욕이 없는 삶을 살고 있던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70kg까지 살이 찌고 만다. 그리고 의욕도 없고 결근이 잦은 계약직에게 회사는 이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
‘나쁜 일은 이어달리기를 좋아한다. (중략)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생활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4년이 지나도록 나는 철새처럼 3개월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늘 마음 졸여야 하는 파견사원 신세를 면치 못했다.' (P.37)
그런 그녀가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데, 티비에 나오는 라스베가스의 모습을 보고 저 곳에 가보고 난 후에 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라스베가스를 가기 위해 호스티스, 누드모델 등을 하면서 그녀가 도전해보지 못한, 그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을 해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을 쪼개가며 카지노 공부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지금까지 보인 적 없는 열정을 가지고, 얼마 남지 않은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책의 마지막에서, 라스베가스에서 그녀는 정확히 5달러를 더 얻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이전 삶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지난 1년에 대해 회상하며 새로운 삶을 얻는다.
2) 직설적이지만 담담한 문체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은 부분은 다소 놀라운 내용에 비해 담담한 문체였다.
한 사람이 죽음을 결심할 정도로 버티기 힘든 우울감과 괴로움을 담은 내용에 비해, 문체는 아주 담백하다. 마치 누군가에게 한 물체를 설명해주는 것처럼,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와 같은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필체 자체는 매우 덤덤해 이 책이 작가 본인의 얘기를 쓰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였다. 하지만 꾸밈이 없는 솔직한 필체 덕분에 오히려 작가가 얼마나 비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 시간에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느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감성에 젖기보다 ‘내 시간은 이랬고, 이걸 할 때 뭘 느꼈어’와 같이 독자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가길 작가가 바랬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이와 같은 필체를 사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하고 싶은 게 없는 죄
거의 작품 초기에 나온 내용으로, 작가는 스스로 의욕이 없고 어떤 것에도 큰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죄라고 얘기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아이가 있었다. 뭔가를 아주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는 그런 아이.’(P.18)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일 것이다.’(P.19)
이 부분 뿐 만 아니라, 호스티스가 되고 마담과 대화를 나누는 파트에서 작가는 사람은 자신의 무대를 찾지 못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솔직한 작품 평을 남기면, 나는 이 부분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현재 나의 삶에 큰 불만이 없고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삶이 반드시 의욕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게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녀의 생각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나는 작품의 글쓴이와 다르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되고 싶은 직업도, 10년 후의 내 어떤 모습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 내 할 일을 대충하거나, 우울감에 상실하며 인생이란 무엇인 가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좋겠지만,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잘못되었다고 정해놓은 길로만 가지 않으면 되는 거야’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며, 하고 싶은 게 없는 지금의 내가 죄라고 생각 들지 않는다. 그리고 흥미가 없는 지금 나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친듯이 열정이 넘치는 삶이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잔잔한 삶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빠르게 가는 게 좋은 삶, 느리게 가는 게 좋은 삶, 모든 사람들은 제 각기 원하는 삶의 방법이 있고, 그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편하게 삶을 살아야겠다’는 그녀의 예전 꿈 또한 나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방식은 모두 다양하고 주관적이며, 스스로에 대한 선택이 맞다고 느낀다면 그게 그 사람의 방향이니까.
물론 에세이라는 작품 자체가 내 삶은 이러 했어, 라고 얘기를 해주는 책이기에 경제, 사회 분야 책처럼 그녀의 말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반론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문학은 작품을 느끼고 생각을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혹시 이 책을 읽고 열정이 없는 나의 삶이, 하고 싶은 게 없는 지금 나의 모습이 잘못 되었다고 느끼는,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까봐 리뷰에 말을 더한다. 하고 싶은 게 없는 삶은 죄가 아니라고, 반드시 열정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4) 왜 그렇게 진지할 까?
책을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작가처럼 죽음까지 1년을 정해 놓는다면, 작가처럼 재지 않고 모든 일에 뛰어 들 수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 누드 모델을 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스트립쇼를 구경가는 행동을 내가 할 수 있을 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죽고 싶다-라는 말과 죽음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의 크기는 상대적이기에 내가 겪었던 아픔을 작가의 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 또한 꽤나 힘든 시간을 많이 겪어봤다. 하지만, 아직까진 다행히 그런 구체적인 도구(?)를 준비한다 던지, 계획을 세워서 준비를 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작가처럼 정말 죽음을 결심하게 된다면 나도 작가처럼 용감 해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나는 나의 단점 중에 하나가 생각이 너무 많아, 시작도 하기 전에 재고 따지는 습관이다. 그런 모습을 고치고 싶어 노력하면서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왜 이렇게 진지한 걸까’, ‘뭘 그렇게 재는 걸까’, 싶은 순간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나의 단점을 넘어선 작가의 모습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나도 죽음 앞에서 저렇게 대담해질 수 있을 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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